가디언뉴스 김태훈 기자 |
2025년 5월 비오는 날 어느 오후.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중, 눈에 띄는 앰뷸런스 한 대가 시야에 들어왔다. 차량 뒷면에는 ‘응급출동’과 함께 ‘장기적출’이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이 문구에, 나뿐 아니라 주변 운전자들도 고개를 갸웃했다. 과연 사설 앰뷸런스에 ‘장기적출’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합법적인지, 그리고 이 문구가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증이 생겼다.
먼저, 현행법을 살펴봤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과 ‘구급차의 기준 및 응급환자이송업의 시설 등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구급차는 응급환자 이송, 응급의료 장비 운반, 장기 이송 등 명확히 정해진 용도에만 사용해야 한다. 차량 외부에는 흰색 바탕에 녹십자 표시 등 법에서 정한 표식만을 부착해야 하며, 용도 외의 과장·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문구는 금지 대상이 될 수 있다.
장기이식과 관련해서도,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은 장기 적출이 반드시 지정 의료기관에서, 전문 의료진에 의해, 엄격한 동의 절차를 거쳐야만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즉, 앰뷸런스 내에서 장기적출이 이루어지는 일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실제로 구급차의 역할은 장기나 조직, 혹은 장기기증자 이송에 국한된다. 대한이식학회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등 전문기관 역시 “적출은 병원에서만 가능하며, 구급차는 이송만 담당한다”는 점을 명확히 안내하고 있다.
그렇다면 ‘장기적출’이라는 문구는 왜 붙어 있을까? 여러 전문가와 관계기관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는 장기이식 관련 이송 업무(장기, 조직, 혹은 기증자 이송 등)를 담당한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반 시민 입장에서는 이 문구가 실제로 차량 내에서 장기적출이 이루어진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보건복지부와 의료법 전문가들은 “보다 정확하게 ‘장기이송’ 또는 ‘장기기증자 이송’ 등으로 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법적으로 ‘장기적출’이라는 단어 자체가 명시적으로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구급차 외부 표시에 관한 규정과 국민의 혼란 방지 차원에서 행정지도가 내려질 수 있다. 실제로, 오해를 유발하는 문구나 허위·과장 광고는 과태료나 시정명령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맑은 날, 도로 위에서 마주친 이 앰뷸런스는 법과 현실, 그리고 시민의 시각이 교차하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2025년 오늘을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의 눈에는 “장기적출”이라는 단어가 주는 충격과 불안이 결코 작지 않다. 현행법과 의료현실에 근거해, 보다 명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제공이 필요한 시점임을 현장에서 다시 한 번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