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문석의 ‘재판소원’ 승부수, 사법 정의의 진화인가 ‘특권층 방패’의 탄생인가

  • 등록 2026.03.16 15: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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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2일 제도 시행 첫날 ‘헌재행’ 공식화... ‘4심제’ 변질과 법적 안정성 훼손 우려

출처:KBS

가디언뉴스 김재한 기자 |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되며 의원직을 상실한 양문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시행 첫날을 맞은 12일  ‘재판소원제’를 통해 판결 불복을 선언하며 정국을 흔들고 있다. 양 전 의원은 지난 12일 대법원 선고 직후 “대법원 판결에 가족의 기본권을 간과한 부분이 있다면 변호인단과 상의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겠다”고 밝혔다. 이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끝이 아니라 헌법재판소를 통해 뒤집힐 수 있는 ‘사실상 4심제’ 시대가 열렸음을 상징하는 첫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난 2월 27일 국회를 통과해 3월 12일부터 시행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은 헌법소원 대상에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했던 기존 조항을 삭제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 확정판결이라 하더라도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했다면 헌재가 이를 취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치명적인 법적 쟁점을 지적한다.

 

헌법 제101조 제2항은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규정한다. 헌재가 대법원 판결을 취소하는 구조는 사법부 내 최고의 지위를 가진 대법원의 권위를 형해화하며 헌법 체계 내 기관 간 갈등을 심화시킨다. 이번 개정안 제71조의2는 헌법소원 심판 중 심 대상이 된 공권력의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을 명문화했다. 양 전 의원이 가처분을 신청하고 헌재가 이를 인용할 경우, 의원직 상실 효력이 잠정 중단되어 범죄 확정 판결을 받고도 입법 활동을 지속하는 기형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가장 심각한 우려는 실무적인 법적 공백에서 발생한다. 양 전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안산갑은 이미 6월 재·보궐선거 지역으로 지정되었다. 만약 재·보궐선거를 통해 새 의원이 선출된 이후, 헌재가 양 전 의원의 재판소원을 인용해 원 재판을 취소한다면  법적으로 부활한 전임 의원과 선거로 뽑힌 신임 의원이 한 지역구에 공존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중복 대표’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또한, 재판소원 청구 요건이 ‘재판 확정 후 30일 이내’로 제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패소 측이 단지 시간을 벌기 위한 전략으로 이를 이용할 경우 사법 행정의 마비와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재판소원제가 도입 취지와 달리 ‘권력층의 면죄부’로 전락할 것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대법원 판결 이후 헌재 심리까지 이어지는 과정은 막대한 변호사 비용과 고도의 법률 지식을 필요로 한다. 결과적으로 이 제도는 억울한 시민을 위한 ‘희망의 사다리’가 아니라, 자금력과 권력을 가진 이들만 출입할 수 있는 ‘법의 VIP 라운지’가 될 위험이 크다. 돈과 권력이 사법부의 최종 판단마저 유예시킬 수 있다는 신호를 주는 순간, 대한민국 법치주의는 신뢰를 잃게 된다.

 

재판소원제는 사법 오판을 바로잡는 혁신적 장치이지만, 양문석 전 의원의 사례에서 보듯 정치적 악용 가능성과 법적 불확실성이라는 치명적인 숙제를 안고 출발했다. 헌법재판소는 이제 단순한 법리 판단을 넘어, 대한민국 사법 질서의 붕괴를 막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게 되었다. 헌재가 명확한 기준 없이 정치적 외압이나 특정 진영의 논리에 밀려 결정을 내린다면, 재판소원제는 국민 구제의 창이 아닌 ‘특권층의 도피처’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김재한 기자 kks954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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