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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뉴스 김재한 기자 | 전쟁 장기화라는 단편적인 공포 시나리오에 사활을 걸었던 개인 투자자들이 예상치 못한 강세장 앞에서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다.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며 증시가 연일 폭락할 것이라는 확신에 찬 비관론이 확산됐으나, 시장은 오히려 강력한 회복력을 보이며 코스피 6000선을 돌파했다.
이 과정에서 하락장에 두 배로 베팅하는 이른바 ‘곱버스(인버스 2X)’에 자산의 상당 부분을 투입한 투자자들은 불과 보름 남짓한 기간에 원금의 절반 가까이를 날리는 심각한 손실을 입었다.
한국거래소의 상세 집계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17일까지 국내 증시 수익률 최하위권은 인버스 및 곱버스 ETF들이 완전히 독식했다. 대표적인 하락 베팅 상품인 'TIGER 200선물인버스2X'는 이 기간 무려 40%에 육박하는 폭락세를 기록했다. KODEX, RISE, PLUS 등 주요 자산운용사의 곱버스 상품들 역시 39%대의 손실률을 나타내며 수익률 하단에 줄지어 이름을 올렸다. 지수 하락분만큼만 수익을 내는 일반 인버스 상품들조차 20% 이상의 손실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시름을 깊게 했다.

이번 비극의 이면에는 지난달의 단기적인 성공이 '확증 편향'이라는 독이 되어 돌아온 결과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 3월 코스피가 6200선에서 5000선까지 수직 낙하할 당시, 인버스 투자자들은 30%가 넘는 고수익을 거두며 승리감에 도취됐다. 하지만 전쟁 공포가 극에 달했던 시점에 뒤늦게 하락장에 올라탄 투자자들에게 4월의 반등장은 가혹하기만 했다. 전쟁 리스크가 이미 선반영되었다는 안도감과 종전 기대감이 확산되자 지수는 보란 듯이 6190선까지 치솟았고, 하락에만 몰두했던 개미들의 자산은 순식간에 증발했다.
특히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기형적인 자금 쏠림 현상은 시장의 비정상적인 열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달 전체 ETF 거래량 중 인버스 관련 상품이 차지한 비중은 무려 90%에 달했다. 국내 상장된 1,000여 개의 ETF 중 단 40개에 불과한 하락 베팅 종목에 전체 거래 역량이 집중된 것이다. 이는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무리하게 '물타기(추가 매수)'를 감행하거나, 임계치에 도달한 물량이 쏟아지는 '패닉 셀'이 반복되면서 거래량만 폭발적으로 늘어난 악순환의 결과로 분석된다.
금융투자 전문가들은 개인 투자자들이 ‘전쟁은 곧 지수 폭락’이라는 지나치게 일차원적인 도식에 갇혀 시장의 복합적인 생리를 읽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악재가 장기화될수록 시장은 내성이 생기기 마련이며, 오히려 기업들의 견고한 펀더멘털이나 정책적 지원이 지수를 지지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특히 지수 변동폭의 두 배를 추종하는 곱버스 상품은 방향성이 어긋날 경우 발생하는 ‘음의 복리’ 효과로 인해, 지수가 전고점을 회복하더라도 원금 회복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계좌가 파괴될 수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인버스 투자의 위험성을 다시금 경고하고 있다. 증시의 방향성을 예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고, 특히 레버리지가 포함된 역방향 상품은 단기적인 위험 관리 수단일 뿐 장기적인 재테크 대안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비관론이 가장 화려할 때가 곧 반등의 신호라는 격언처럼, 이번 사태는 시장의 거대한 흐름에 맞서려는 투자가 개인 투자자들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대가를 치르게 하는지를 다시 한번 각인시킨 뼈아픈 교훈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