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뉴스 김재한 기자 | 지난 8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7%를 기록하며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표면적인 수치만 보면 물가가 안정된 것처럼 보이니, 실제로는 SK텔레콤이 해킹 사고로 고객에게 적용한 50% 통신료 할인과 국제 유가 하락 등 일시적인 요인의 영향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가계가 체감하는 실제 물가 부담은 여전히 높다는 점이 이번 통계에서 확인된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6.45(2020년=100)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1.7%였으며 최근 9개월 중 가장 낮은 수치다. SK텔레콤의 통신료 감면 조치가 물가에 미친 영향은 지대했다. 2300만 명에 이르는 가입자 정보를 유출한 해킹 사태 이후 SK텔레콤은 모든 고객에게 50% 요금 할인이라는 대규모 보상안을 시행했고, 이로 인해 휴대전화료가 전년 동월보다 21% 떨어졌다. 통신요금이 포함된 공공서비스 부문 전체도 3.6% 하락하며 물가를 0.59%포인트가량 끌어내리는 역할을 했다.
휴대전화 요금은 대부분의 가정과 개인이 꾸준히 지출하는 항목으로 가격 변동이 많지 않았지만, 이번 보상으로 인해 2020년 10월(-6.0%)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당시에는 코로나19 대응의 일환으로 정부가 청년 및 노인층에게 이동통신비 2만원씩을 지원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예외적 요인이 물가지수에 영향을 끼친 사례다.
통계청에서는 SK텔레콤의 요금 할인이나 국제 유가 하락 등 일시적인 이벤트들을 제외할 경우, 8월의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이는 지난 13개월 만에 최고치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7월(2.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쌀과 돼지고기 등 주요 품목의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품목별로 보면 농축수산물 가격의 상승이 두드러졌다. 농축수산물은 전년 동월 대비 4.8% 상승해 13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그중에서도 축산물은 7.1% 올랐다. 도축 마릿수 감소와 수입 물량 축소, 여기에 수요 증대가 겹치면서 돼지고기는 9.4%, 국산 쇠고기는 6.6%씩 상승했다. 수산물 역시 7.5% 올랐다. 특히, 고등어 가격은 13.6% 뛰었다. 폭염의 영향으로 대형 사이즈의 어획량이 크게 줄었고 소비자가 선호하는 크기의 공급이 감소한 것이 주된 배경이다.
농산물 가격도 큰 폭으로 오른 모습이다. 쌀은 11.0%, 찹쌀은 45.6% 각각 올랐다. 이는 전년 8월 대비 농산물 전체 가격이 4.8% 올라가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다. 가공식품도 예외는 아니었다. 할인행사 종료로 인해 가공식품 가격이 전년 동월보다 4.2% 상승했다. 올해 초 2~3%대이던 가공식품 물가상승률은 4월부터 5개월 연속 4%대를 기록했다. 품목별로는 빵(6.5%), 커피(14.6%), 햄 및 베이컨(11.3%), 김치(15.5%) 등 상승폭이 컸다.
여름 방학 종료와 함께 학교 급식 수요가 늘어나며 돼지고기와 소고기 가격이 더 올랐다. 여기에 7월 지급된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촉진된 수요가 가격 상승에 일부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소비쿠폰이나 추가경정예산 등 정책적 요인이 물가 상승에 결정적 역할을 하진 않았다고 강조한다. 내수 회복세가 완만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소매판매지수를 보면 급격한 소비 증대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는 전년 동월 대비 1.2% 하락해 석유류 가격도 함께 떨어졌다. 이 요인 역시 소비자물가 상승세를 일부 둔화시키는 효과를 냈다. 그러나 지속적인 경기 변동과 일시적 이벤트들이 혼재된 지금, 실질적인 생활물가 부담은 통계 수치 이상의 무게로 다가오고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8월 소비자물가의 완만한 상승률에는 일시적인 SK텔레콤 통신료 감면과 석유류 가격 하락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주요 식품과 농축수산물, 가공식품 등이 급등하면서 실제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추후 이러한 단기적 요인의 소멸과 함께 물가상승률이 다시 높아질 가능성에도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