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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뉴스 김재한 기자 | 최근 국회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상법 개정안’은 기업 지배구조에 큰 변화를 예고한다. 특히 쟁점으로 떠오른 부분은 집중투표제와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다. 이 두 제도 모두 주주와 회사 발전에 긍정적인 부분이 있으나, 실무 현장에서는 또다른 우려의 목소리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여러 명 선출할 때 나의 표를 한 명에게 모두 몰아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평소에는 여러 후보에게 표를 골고루 나눠 행사하지만, 이 제도를 사용하면 내가 원하는 후보 한 명에게 표를 모두 줄 수 있다. 실제로 이 방식이 도입되면, 소수주주의 목소리가 회사 경영에 반영될 확률이 대폭 높아진다. 주식 수가 많은 대주주가 이사회를 장악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소액주주도 힘을 합치면 원하는 후보를 당선시킬 수 있어 회사 지배구조가 한층 투명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기업 경영진 입장에서는 외부세력의 경영 참여 증가, 소송 및 갈등 확대 등 경영 안정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역시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다. 이사는 회사 경영과 의사결정의 중심에 선 인물로, 회사와 주주를 위해 성실하게 일해야 한다. 기존에는 회사에 대한 이익만을 중점적으로 고려했다면, 이번 개정안은 '회사는 물론 주주 전체'를 위해서도 공정하고 정직하게 행동해야 함을 명확히 했다. 예컨대, 이사가 회사 돈을 개인 이익을 위해 사용하거나, 측근에게 이권을 몰아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런 기준은 주주들의 이익 보호와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거꾸로 경영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사의 의무와 책임이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 의사결정 과정의 소극화, 경영판단에 대한 소송 증가, 현장의 부담 가중 등 부작용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법무대응 역량이 부족해 새로운 제도에 따른 위험이 더 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결국 집중투표제와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는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한층 높이는 동시에, 시장 내 부작용에 대한 연착륙 대책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논의를 거쳐 제도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현실적 부담을 완화하는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