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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뉴스 김재한 기자 |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자영업 시장에 심각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창업 열풍의 상징이었던 카페와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등 생활밀착형 업종마저 줄지어 문을 닫고 있다. 국세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기준 전국 커피음료점 수는 9만5,337개로, 1년 전보다 743개 줄었다. 2018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1분기 기준 감소세를 보인 것이다. 코로나19 시기에도 꾸준히 늘던 카페가 처음으로 역성장한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카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편의점 역시 1분기 5만3,101개로 전년 동기 대비 455개 줄었고, 패스트푸드점도 180개 감소했다. 한식당과 중식당 등 외식업 전반이 줄어들었으며, 호프집은 1년 새 1,800곳 넘게 사라졌다. 소매판매업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옷 가게는 1분기 기준 8만2,685개로 전년 대비 2,982개 줄었고, 화장품 가게 역시 1,504개 감소했다.
이처럼 자영업자 수가 급감하는 가장 큰 원인은 내수 침체다. 소비가 얼어붙으면서 매출 하락이 이어지고, 버티지 못한 자영업자들이 폐업을 선택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신용데이터가 발표한 ‘2025년 1분기 소상공인 동향’에 따르면, 소상공인 사업장당 매출 평균은 4,179만 원으로 전분기 대비 12.89% 급감했다. 외식업종 매출은 전분기보다 최대 13.6% 쪼그라들었다.
여기에 고령층 창업이 구조적 취약성을 더하고 있다. 은퇴 후 생계 대안으로 카페나 편의점 등 자영업에 뛰어드는 고령층이 늘고 있지만, 이들이 주로 진출하는 업종은 이미 포화 상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고령 자영업자는 46만9,000명 늘었고, 이 중 8만1,000명이 숙박·음식업에 집중됐다. 전체 자영업자 중 고령층 비중은 지난해 37.1%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연간 영업이익 1,0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생계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60세 이상 신규 자영업자 35%는 연간 영업이익이 1,000만 원 미만이고, 65.7%는 운수·음식·도소매업 등 경기 변동에 취약한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폐업이 늘면서 빚 부담도 커지고 있다. 경기 침체로 매출이 줄자 자영업자들은 대출로 버티다 결국 폐업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원스톱 폐업지원’ 사업 신청 건수는 올해 1분기 2만3,785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2%나 증가했다. 신용보증재단이 대신 갚아준 자영업자 빚은 지난해 2조 원을 넘겼고, 누적 채무조정 신청액은 20조 원을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 위기의 본질이 단순한 경기침체를 넘어 구조적 한계에 있다고 진단한다. 이미 포화된 시장에 고령층 창업이 몰리며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고물가·고금리·임대료 상승 등 비용 부담이 가중되면서 생존 자체가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고령층의 무분별한 자영업 진입을 억제하고, 임금근로 기회를 확대하는 정책적 노력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단기적 지원을 넘어 자영업 구조 자체의 변화와 내수 활성화를 위한 중장기 대책도 필요하다. 단순한 폐업 지원을 넘어 업종 전환, 재취업, 기술교육 등 실질적 재도약을 도울 수 있는 맞춤형 정책이 요구된다. 자영업 시장의 붕괴 신호는 단순한 경기순환의 문제가 아닌 만큼, 정부와 사회 모두가 자영업 위기를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고 근본적 처방에 나설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