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뉴스 김재한| 4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 산업 현장은 조용했다. 생산, 소비, 투자라는 경제의 세 가지 축이 모두 줄었고, 이는 올해 들어 처음 있는 일이었다. 공장 현장에서는 기계 소리가, 백화점에서는 발걸음 소리가, 건설 현장에서는 크레인 소리가 평소보다 조용해진 듯했다. 이른바 ‘트리플 감소’ 현상이 3개월 만에 다시 나타난 것이다.
전 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0.8% 줄었다. 공공행정, 광공업, 서비스업, 건설업 등 주요 부문에서 모두 생산이 감소했고, 특히 자동차와 반도체 등 주력 제조업에서 생산이 줄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광공업 생산은 0.9% 줄었고, 자동차는 4.2%, 반도체는 2.9% 각각 감소했다. 하지만 기계장비 등 일부 품목은 생산이 늘었고, 제조업 출하 역시 화학제품과 석유정제 등에서 증가하는 등 이질적인 움직임도 보였다.
소비는 더욱 뚜렷했다.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9% 줄었고, 의복·통신기기·컴퓨터 등 주요 품목에서 판매가 감소했다. 백화점, 슈퍼마켓 등 대형 소매점에서는 발길이 뜸했으나, 승용차 및 연료소매점에서는 오히려 판매가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소비 트렌드의 변화와 내수 기반의 불안정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투자도 위축됐다.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0.4% 줄었고, 건설기성 역시 건축 부문에서 공사실적이 감소하며 0.7% 줄었다. 자동차 등 운송장비 투자는 늘었지만, 반도체제조용기계 등 기계류 투자는 줄었다. 건설 수주는 토목과 건축 모두에서 크게 줄어, 건설업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지수는 미묘하게 상승했다. 동행종합지수와 선행종합지수의 순환변동치는 각각 0.2p, 0.3p 올랐다. 이는 현재의 경기가 여전히 어렵지만,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일부 긍정적 신호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전년 동월 대비로는 생산과 투자가 플러스를 기록해, 단기 조정에 불과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제조업 재고는 전월 대비 보합, 전년 동월 대비로는 6.0% 줄었다. 가동률은 73.8%로 전월 대비 0.7%p 하락했다. 자동차, 석유정제 등 일부 품목은 재고가 늘었으나, 화학제품과 1차금속 등에서는 줄어들었다.
서비스업은 도소매, 정보통신, 운수·창고 등에서 생산이 늘었으나, 전문·과학·기술, 금융·보험 등에서는 줄어 전월 대비 0.1% 감소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운수·창고, 보건·사회복지 등에서 생산이 늘었다.
이처럼 지난달 산업활동은 전체적으로 침체된 모습을 보였지만, 일부 부문에서는 여전히 성장세를 유지하거나, 경기지수에서 미세한 신호가 감지됐다. 미국 관세 정책 등 외부 요인과 내수 부진이 맞물리면서 산업 전반에 영향이 미쳤고, 건설업 등 일부 업종은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 하지만 전년 동월 대비 생산과 투자가 플러스를 기록한 점, 경기지수의 소폭 상승 등은 앞으로의 경제가 완전히 침체에 빠진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암시한다.
경제는 때로 조용한 변화 속에서 새로운 신호를 보낸다. 지난달 산업 현장의 침묵은 단순한 위축이 아니라, 새로운 국면으로의 전환점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