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연합뉴스
가디언뉴스 김재한 기자 | 이란 정부가 전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을 제한적으로 개방하겠다는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특히 오만 영해를 통과하는 민간 선박에 대해서는 일체의 공격이나 나포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식 표명함에 따라, 극도로 치닫던 중동발 에너지 위기와 물류 대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군사적 긴장 완화를 넘어 글로벌 경제 전반에 거대한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관측된다.
이란이 이번에 제시한 ‘제한적 개방’의 핵심은 특정 구간의 안전 보장이다. 그동안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전역을 무력시위의 장으로 활용하며 서방 국가들을 압박해 왔으나, 이번 발표를 통해 오만 영해만큼은 ‘민간 안전 지대’로 인정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이는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 여론을 잠재우는 동시에, 우방국인 오만과의 외교적 신뢰를 지키려는 고도의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해운업계는 즉각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간 해당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과 컨테이너선들은 이란 혁명수비대의 기습적인 나포 위협 때문에 천문학적인 전쟁 보험료를 지불하거나, 멀리 희망봉으로 우회하며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해 왔기 때문이다. 만약 오만 영해를 통한 우회로가 실질적으로 보장된다면 전 세계 물류 비용은 획기적으로 절감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개방 조치는 요동치던 국제 유가와 공급망 흐름에 즉각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첫째, 유가 안정화의 발판이 마련되었다. 공급 불안으로 치솟던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이번 발표 직후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병목 현상에 시달리던 아시아-유럽 항로의 화물 운송이 정상 궤도에 진입할 동력을 얻었다. 셋째, 주요 해상 보험사들이 해당 구간의 위험 할증료 재검토에 착수하면서 수출입 기업들의 경영 부담이 크게 완화될 전망이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제한적’이라는 단어 자체가 언제든 이란의 의도에 따라 다시 닫힐 수 있는 가변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란이 요구하는 서방의 경제 제재 완화가 가시화되지 않을 경우, 이번 조치가 단기적인 명분 쌓기에 그칠 위험도 여전하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은 이란의 제안을 ‘평화의 신호’로 볼 것인지, 아니면 ‘전술적 후퇴’로 간주할지를 두고 면밀한 분석에 들어갔다. 이스라엘과의 갈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조치가 실질적인 종전 협상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가 핵심 관건이다.
우리나라는 원유 수입의 대부분을 이 해협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기민한 대응이 절실하다. 해상 안전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한편, 중동 지역 건설 현장과 수출 기업들이 이번 개방 조치의 수혜를 즉각 입을 수 있도록 행정적·금융적 지원책을 재점검해야 한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의 제한적 개방은 중동의 긴장 완화를 가늠하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좁은 해협을 가로지르는 배들의 항적이 일시적인 평화에 그칠지, 아니면 지속 가능한 글로벌 공존의 시작이 될지 전 세계의 시선이 파도 끝에 쏠리고 있다.















